연금술사 - 파울로 코엘료 지음 -
연금술사
- 파울로 코엘료 지음 -
드디어 그 책.
연금술사를 일독하였다.
중학생 시절일까.
그 때에 구매하였던 책은 수년간 이사를 하며 유목생활을 하던 나를 따라다녔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단 한번도 눈길을 주지 않았던 책이다.
그 사이에 나는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고 회사원이 되었다.
삼십대를 넘어서 처음읽은 이 책은 내게 소소한 울림을 주었다.
모든 것에는 가장 원초적인 만물의 정기가 있고,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알고 있어도 외면하며 살아간다.
여기서 만물의 정기를 나는 본인의 영혼의 길로 해석하였다.
많은 사람들은 외부환경에 겁박당해 자신을 비교하며 정말로 중요한 그 무언가를 애써 외면하면서 살아간다.
집이 있는가? 자산은 얼마나 되는가? 이성친구는 있는가? 연봉은 어떻게 되는가? 결혼은 했는가? 권력을 잡았는가?
우리는 왜 본질과 영혼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사회와 타인의 시선만을 위해 살아가는가.
사람의 영혼의 길은 모두 제각각이다.
'가장 성공한 사람'의 정의를 하자면 자신만의 영혼의 길을 걸어나가는 사람일 것이다.
그것이 가수일수도, 가정을 꾸리는 것일수도, 대통령일수도, 혹은 불가에 몸을 의탁한 스님이 될 수도 있다.
나의 영혼의 길은 무엇일까...
책에서 산티아고는 스페인의 초원에서 양을 치던 양치기였다.
그러다 어느날 한 버려진 옛 교회의 무화과나무 밑에서 잠을 자다가 피라미드 근처에 뭍혀있는 보물에 대한 꿈을 꾸게 되었고 그길로 피라미드로 향하게 된다.
가는 길에 갖은 고생을 하지만 결국 피라미드에 도착해 보물을 파내다가 지나가던 병사들에게 두들겨 맞고 만신창이가 된다.
산티아고가 거기서 땅을 파던 이유를 실토하자 한 병사가 몇년 전에 자신도 스페인의 한 교회 무화과나무 밑에서 보물이 뭍혀있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런 꿈 따위에 이집트에서 스페인까지 가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산티아고는 마침내 보물의 위치를 알게 되었다.
참 웃기는 책이다.
중학교 때 구매하고 머나먼 사회의 고난을 이겨내고 사회인이 되어 다시 이 책으로 돌아왔다.
스페인에서 이집트로 여정을 떠났던 산티아고는 바로 나였다.
몇십년간 이사를 하며 떠돌이 생활을 하던 내가 바로 양치기였고,
결국 근래에 영혼의 길을 찾는 여정에서 결국 다시 이 책으로 돌아온 것이다.
스페인 교회에서 보물을 찾게된 산티아고는 자신이 이집트 여정 중에 만나게 된 운명의 여인을 찾아가려하며 책은 마무리된다.
결국 우리는 삶의 목적을 이루어도 그 과정에서 파생된 또 다른 삶의 목적을 향해 가는 것이다.
끝으로 나의 심금을 울렸으며 이 책의 모든 것이 함축된 단락을 적어놓는다.
성모 마리아께서 아기 예수를 품에 안고 수도원을 찾으셨다.
사제들이 길게 줄을 서서 성모께 경배를 드렸다.
어떤 이는 아름다운 시를 낭송했고, 어떤 이는 성서를 그림으로 옮겨 보여드렸다.
성인들의 이름을 외우는 사제도 있었다.
줄 맨 끝에 있던 사제는 볼품없는 사람이었다.
제대로 된 교육도 받은 적이 없었다.
곡마단에서 일하던 아버지로부터 공을 가지고 노는 기술을 배운게 고작이었다.
다른 사제들은 수도원의 인상을 흐려놓을까봐 그가 경배드리는 것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그는 진심으로 아기 예수와 성모께 자신의 마음을 바치고 싶어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오렌지 몇 개를 꺼내더니 공중에 던지며 놀기 시작했다.
그것만이 그가 보여드릴 수 있는 유일한 재주였다.
아기 예수가 처음으로 환하게 웃으며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성모께서는 그 사제에게만 아기 예수를 안아볼 수 있도록 허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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